[BGM]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딴돈으로 비아그라 사먹고 떡치러 가즈아~~~

[BGM]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링크맵 0 761 2020.03.20 05:4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Df420jLABI






이상개, 시간 깔아뭉개기

 

 

 

시간을 뭉갠다

뭉개진 시간들이 쌓여 산을 만든다

시간이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시와 간이 포개지면서 후르르 떤다

ㅅ이 ㄱ자리를 차지하자

ㄱ은 빙글 돌아 ㄴ과 합치고

ㅣ는 ㅏ와 함께 누워버렸다

높은음자리가 낮게 엎드리고

낮은음자리로 높이 날았다

시간은 서로 날고, 뛰고, 기다가

깔아뭉개며 합쳐진다

죽은 산이 벌떡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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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인동(忍冬)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서울 근교(近郊)에서는 보지 못한

꽁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먹고 있다

월동(越冬)하는

인동(忍冬) 잎의 빛깔이

이루지 못한 인간(人間)의 꿈보다도

더욱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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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 주인

 

 

 

아이가

힘겹게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이 철없는 세상을 용서하기로 했다

 

마흔 넘어 찾아온 아이가

외로 자기 시작하면서

이 외로운 세상을 용서하기로 했다

 

바람에 뒤집히는 감잎 한 장

엉덩이를 치켜들고 전진하는 애벌레 한 마리도

여기 이 세상의 어여쁜 주인이시다

 

힘겹고, 외로워도

가야 하는 세상이 저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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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웅,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공연히 짚불에 쑤셔 넣은 편지뭉치처럼

평생 묻어온 사람을 뽑아 던져버리고서는

홀로 남겨진 내 낡은 몸뚱이가 하도 허전하여

누군가 내 잡은 손을 놓아버려서

바닷가를 날려가는 비닐우산처럼

그렇게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서

가슴은 묻어둔 채 두 다리만 홀로 걸어와

내 어린아이였을 적 울음소리로

베게에 얼굴을 묻고 꺽꺽거리다가

누군가 내 머리를 얼싸안고 껴안아 줄지도 모른다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제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 서 있던 것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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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 이음동의어

 

 

 

사랑할 때만 사람이다

사랑할 때만 살아있다

 

그러므로 사랑을 다 떠나보내고

숭숭 뚫린 분화구에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

재만 허옇게 남은 삶은 이미 삶이 아니다

마그마 같은 사랑이 없는

삶은 단지 구차한 연명일 뿐

 

그렇다

시를 쓸 때만 시인이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 시를 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사랑을 하고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시를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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